젖을 떼고 걸음마를 거쳐 뜀박질까지 두루 학습한 별이에게 강아지로서 남은 과제는 딱 하나, 짖는 일이었다. 어미의 미모 뿐 아니라 총기도 고스란히 물려받아 학습 능력이 뛰어난 별이는 ‘짖음’에 있어서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별이는 하루 종일 짖었다. 기척이 난다거나 누가 온다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짖는 샘이와는 달랐다. 그 아이는 이유 없이 그냥 짖었다. 짖는 것을 연습하듯이, 즐기듯이, 과시하듯이. 아니, 짖는다는 행위가 자기의 막중한 임무며 존재 이유인 듯이 짖어댔다. 이 아파트에 처음 들어올 때 ‘강아지를 키
둘도 없는 단짝으로 지내온 하늘이와 별이가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유치원생인 자기 딸이 매일 강아지, 강아지 노래 를 부른다는 친한 동료 선생님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늘이는 젖을 떼고 한 달쯤 지난 9월에 낯선 집으로 가게 되었다. 하늘이를 보내기로 진작 정해두어서 애당초 정을 주지 않으려 애썼는데도 우리 집에서 태어나 석 달 남짓 날마다 별이와 함께 꼼지락거리며 놀던 아이를 다른 데로 보내려니 가슴이 몹시 아팠다. 하지만 강아지를 네 마리나 키우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독하게 먹고
여름방학이 되어 바람이와 샘이, 어린 남매 하늘이와 별이까지 네 마리 강아지를 차에 태우고 단양집을 찾았다. 덥고 시끄러운 서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있을 우리 강아지 가족들에게 평화로운 전원생활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강아지도 차멀미를 한다. 예전에 까미도 단양에서 서울로 갈 때면 꼭 멀미약을 먹였다. 애견 전용 멀미약 같은 것은 본 적이 없기도 했고, 있다 해도 단양 산골에서 그런 약을 구하기는 어려워서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사람 멀미약의 절반 정도만 먹이라고 일러주었다. 차멀미는커녕 뱃 멀미도 잘 안
아가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눈을 뜨고, 꼬물꼬물 기어다니기도 하며 서서히 거실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이름을 지어줄 때가 되었다. 세라 브라이트먼의 공연날 태어났고, 내가 그 가수를 좋아하기도 하니까 한 녀석 이름은 ‘세라’ 로 지을까도 생각해보았으나 역시 외국어 이름은 내키지 않 았다. 어느 날 새끼들 가운데 특히 더 작고 예쁜 사내놈을 안고 어르면서 안치환의 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흥얼거렸다. “아가야, 너는 어느 별에서 태어나 나에게 온거야?”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네 이름은 별이야. 이렇게 별처
고양이는 여전히 제 집인 양 다녀가고열라는 대추는 열리지 않더니 고드름이 길게 달렸습니다. 텃밭을 지키느느 블루베리 그림자가 깁니다.
까미도 그러더니, 우리 집 암놈 강아지 샘이는 연애 백 단에 내숭은 오백 단이었다. 내 앞에서는 바람이에게 쌀쌀맞게 굴고, 간식 시간이면 바람이 것까지 날름 가로채 먹었다. 그 뿐만 아니라 바람이가 내 곁으로 슬슬 다가오기라도 하면 그 앞을 가로막으면서 얼씬도 못 하게 한 채 오직 자기만 안아주고 예뻐해 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새침데기 폭군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요 앙큼한 가시내야, 도대체 나 학교 가고 없는 낮 동안 무슨 일을 벌인 거야? 바람이랑 그렇고 그랬으면 정다운 척이 라도 해야지, 왜 그리 서방님을 구
대체로 이름이란 당사자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게 마련이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러하다. 그런데 ‘아롱이’라는 이름은 한없이 밝고 철없이 귀엽기만 했다. 너무 흔하기도 했다. 저렇게 버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강아지에 게는 좀더 비장미 넘치는 다른 이름이 있어야 했다. 나는 새 이름을 지어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미 4년 동 안 줄곧 들어온 이름이 있으니 어감이 전혀 다른 생뚱맞은 이름을 지어줄 수는 없었다. 여러 날 궁리한 끝에 ‘아롱이’와 어 감도 비슷하고, ‘넌 눈이 멀어 마음대로 못 다니지만 마음만은 바람처럼 어
아무래도 이별이 쉽지 않았던지 여자는 자기 차로 우리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 무렵 나는 단양에서만 내 차를 사용하고 있어서, 단양역 광장에 세워놓고 왔다. 강아지들과 택시를 타고 가려 했는데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봤는데도 덥석 나에게 안긴 세미와 달리 아롱이는 제 주인 품만 파고들었기에 어떻게 매정하게 떼어내서 데려가나 걱정하던 참이기도 했다. 그 여자도 아이들이 새로 살게 될 집이 어떠 한지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의 차에 오르니 세미가 벌써 운전석에 앉은 여자의 무릎을 차지하고 앉는다. 많이 해본 솜씨인 듯 세미는
해마다 3월이면 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릴까 망설이는 어린아이처럼 여러 작물 들을 떠올리면서 일 년의 텃밭 계획을 세운다. 벌이 꽃을 찾아 날아들 듯, 그동안 텃밭을 들락거리며 텃밭이 내게 보여 준 내용 중에 식물을 중심으로 엮어봤다. 그해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심었던 작물들을 고라니에게 사정없이 뜯긴 날은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 동안 통한의 아쉬움은 조선시대 단종을 유배지에 모셔놓고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아픈 가슴을 시로 읊은 왕방연의 마음과도 같으리라.언젠가 콩을 심으려고 구멍을 조그
천천중학교(교장 김대중) 과학동아리 천천人사이언스얼리어답터(지도교사 허현희)는 지난 17일, 「과학기술 언어표현 향상을 위한 진로체험 1일 캠프」를 진행하였다. 임정은 강사(젊은 미디어 학생과청소년 주필)는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Observation), 생각을 넘어선 사색(Meditation-serious thought or study), 지식을 넘어선 탐색과 탐구(research)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학생들은 현장에서 제시된 탐구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그룹활동을 한 후, 개인활동으로 주제 '12달'